야구이야기
[잡담]재밌는 승부에 찬물을 끼얹은 1박2일팀: 프로 스포츠에서 주인공은 선수들과 관중들이다.
뮤즈의남자
2008. 9. 19. 23:01
1박 2일 제작진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스케쥴을 잡았을까?
이미 경기 시작 몇시간전부터 경기장밖은 관중들로 가득찼고 경기장이 개방된 순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달리기가 이어졌고 경기장은 만원관중을 손쉽게 채웠으며 위 사진에서 보듯이 126만이 훌쩍 넘으면서 기존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의 기록을 가볍게 갈아 치웠다.
그리고 경기도 거기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5회까지는 양팀 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진 투수전의 양상이었고, 6회 이후엔 두산이 선취점을 내면 롯데가 쫓아갔고, 8회말엔 상대 실책까지 겹치면서 4득점의 빅 이닝을 만들며 사직 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사실 2점차에 9회 코르테스가 올라온 순간 이대로 경기가 끝나겠구나 싶었지만, 역시 두산도 대단한 팀이었고 선두타자 안타에 이은 동점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경기장은 조용해 졌다.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이 후 이닝을 잘 마무리했고 9회말 공격에선 선두타자 박기혁의 안타로 기회를 잡았고, 대주자로 나왔던 최만호에게 번트를 지시했으나 한가운데 공에 그냥 배트를 빼자 로이스터 감독은 크게 흥분했다. 그 후 나쁜 볼에 번트를 댔으나 볼은 떠올랐지만 포수가 놓치자 로이스터 감독은 평소답지 않게 가차없이 대타를 기용했으나 결과는 삼진에 이은 1루 주자까지 런앤 히트로 순식간에 투아웃이 되면서 경기 분위기는 다시 두산쪽으로 넘어갔으며 이어진 수비에서 최근 구위가 좀 떨어져 보인 최향남이 김동주에게 역전 솔로 홈런을 맞으며 그것으로 경기는 끝나 버렸다.
비록 자이언츠가 지긴 했으나 경기 자체로 봤을 땐 현재 2위 자리를 다투는 팀들다운 재밌는 경기를 보여 주었다.(오늘경기의 중요도로 봤을 때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데 이런 명승부에 오점을 남긴 이들이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중계를 하는 MBC ESPN의 한명재 캐스터는 격양된 목소리로 시즌 막바지 중요한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자신의 돈을 내고 표를 사서 입장 했음에도 자리에 앉지 못하는 관중들을 보면서 아쉬움의 멘트를 전했다. 그리고 중계 카메라는 위의 사진처럼 이들을 비추었고.
그렇다. 자신의 돈을 내고 좋은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고 어렵게 표을 구해서 경기를 보려는 관중들은 한 오락프로그램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흥분된 캐스터와 해설자는 그들의 행동에 꽤 긴 시간 유감을 표현했고 나 역시 별로 보기 좋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아주 보기 싫었다.
아무리 사전에 롯데 관계자와 약속을 한 일이라도 자신들의 방송을 위해 경기에 방해를 줘서는 안된다.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프로 스포츠에서 주인공은 선수들과 관중들이다.
1박2일팀이 미리 50여석 정도를 구입해서 입장했다고 하니 그 50여석까지 뭐라고 할 생각은 없고(중계방송에 비친 화면상으론 100석은 족히 넘어 보였고 중위 통로를 둘러싼 경호요원들로 인해 관중들이 이동하는데 불편도 주었다.), 그럴 마음도 없다.
그런데 이들은 방송을 위해 경기장 내에도 카메라맨을 배치했고(중계방송진에서 좋은 화면을 위해 스테디 캠을 사용하려는 것은 제지하는 관계자를 보니 어이가 없었고 그 결과 그 무거운 장비를 메고 고생한 카메라맨의 고생에 비해 그 활용도가 너무 적어 보여 아쉬웠다.) 검색해 보니 배트보이 체험도 했단다.
여기까지는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으니 별 문제가 없다고 넘어 갈수도 있다 치자, 그런데 5회가 끝나고 클리닝 타임때 예상대로 이들이 공연을 했다. 10분정도를 했고(처음 글을 쓴 뒤 방금 검색을 해 보니 재빠르게 해명기사가 떴던데 원래 하던 클리닝타임 시간인 10분을 썼단다. 그 담당PD란 사람이, 한가지만 물어보자 당신 최근에 프로야구경기 한 경기라도 봤냐고, 그러면 그런 소리는 못할텐데.) 그들이 퇴장한 뒤 그라운드 정리가 시작됐으니 수비에 나선 자이언트 선수들 특히 투수인 송승준은 집중력이 떨어 졌으며 결과적으로 6회에만 3실점을 하는 결과를 낳았다. 역시 두산의 김선우 투수도 1실점을 했다.
이런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두팀 다 똑같이 피해를 본게 아니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실점을 했다고 핑계를 대는 것이다라고 하겠지만(아니나 다를까 다음 야구게시판을 가보니 그런 사람들 몇 있더군요), 굳이 피해의 강도를 따지자면 수비를 하는 자이언츠 쪽에 좀 더 있을 것이란건, 야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클리닝 타임때 잠깐 자리를 비우고 왔는데도 경기 시작은 안하고 공연이 계속되길래 "참 오래하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화면엔 로이스터 감독의 불편해 하는 표정과 가르시아, 강민호의 황당하고 굳은 표정이 그때 상황을 단적으로 잘 보여준 예이다. 지난 몇 경기는 심판들의 어이없는 판정이 경기에 영향을 주더니 오늘은 예상치 못한 오락프로그램이 경기에 지장을 주었다.
본인은 이미 몇달전 부터 1박2일을 잘 안보고 보더라도 별로 재밌다는 느낌은 거의 사라졌으니 선입견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지도 모른다.(굳이 1박만이 아니라 어느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인기를 끌면 늘어지고 재미없어지는 건 어쩔수 없나 보다. 특히 백두산편은 보는 내내 과도한 감동짜내기와 출연진들의 오버액션에 채널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오늘 그들이 보인 행동은 쉽게 납득이 가지도 않으며, 경기중 허구연 해설위원이 말했듯이 최근 올림픽 금메달과 부산의 야구열기에 자신들도 그 인기를 묻어가려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1박2일을 재밌게 보고 있으니 그런 팬들이 방송을 본다면 재밌게 볼수도 있고 만약에 그들이 야구 중계를 봤더라면 중계진의 비난멘트에 흥분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 1박2일의 인기가 초중반의 파괴력에 비해 많이 떨어진 현재, 자신들의 프로그램 취지에도 별로 맞지 않는 야구장을 찾은 것은 시청률을 위한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만약 경기가 자이언츠의 승리로 끝났다면 그들이 받을 비난의 여론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었겠지만(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며 클리닝타임이 끝나고 경기에 몰입해서 저들의 공연은 생각도 나지 않을만큼 경기는 흥미진진했으며, 결과적으론 롯데가 졌고 담당PD는 해명 인터뷰에 경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포탈 사이트에 1박2일팀을 비판(?)하는 기사도 떴다.)
결과는 9회 마무리 코르테스의 첫 블론 세이브에 최향남이 허용한 역전 홈런에 아쉽게 패배했으니 방송적으로나 여론적으로나 좋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방송국이란 곳이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곳임은 알고 있지만 올림픽때 보여준 호들갑이나 저런 방송(다시한번 말하지만 다분히 부산의 야구 열기에 묻어 가려는 것으로 밖엔 안 보인다.)을 기획하는 제작진이나 안타까운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시즌 초반 자이언츠의 돌풍이 한창일 때 명랑히어로속 코너인 명랑인물 시상식에서 보여준 짧지만, 필요한 만큼만 촬영한 그들과 시상차 간 이하늘이 시구를 한 장면이 떠오른 건 왜 일까.
평소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 주든지,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땀을 흘린 선수들의 결과가 좋으니 거기에 묻어 가려는 방송국의 행태는 역겹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부디 앞으로는 저런 보기 싫은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족: 1. 본인이 자이언츠의 팬인지라 비난의 수위가 세긴 했지만 만약 경기를 그대로 이겼어도 저 위의 글보단 비난의 수위가 낮았을지도 모르지만, 이겼더라도 몇줄 쓰긴 했을 것이다.
2. 처음 저들을 비추고는 이후로 단 한번도 관중석에 있던 저들을 비추지 않은 점은 평소 좋아하던 중계진다운 일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