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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누가 무한도전을 위기라 하는가?


무한도전의 팬이 쓴 글이니 감안하고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예고편을 보고 이번주 연말정산편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그런 무한도전은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최고의 방송중 하나를 보여 주었다.

예전에도 100분토론의 컨셉을 차용해서 방송을 했던 적이 있었고 당시에도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이번주 연말정산 뒤끝공제편은 2010년 무한도전에 쏟아졌던(?)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자신들의 부족했던 점은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2011년엔 이렇게 하겠다고 토론을 했다.

첫번째 안건이었던 오 마이 텐트(알래스카)편은 각팀의 방송분량으로 시작된 토론이 박명수의 출연료 문제로 확대되었다. 노홍철의 분량차이 발언에 박명수가 제작비 발언으로 맞대응했으나, 그것은 제 무덤을 판 꼴(?)이었다.
박명수왈 "10배이상의 제작비를 들였으면 그만큼의 분량을 뽑아야 되는데, 번지점프팀은 우리 분량에 만족한다"고 뻔뻔하게(제작진의 자막에서도 그랬지만) 말한다.
그러자 노홍철이 박명수의 출연료 인상에 관한 비화를 털어 놓자 박명수는 궁지에 몰린다.
그런 상황에서 박명수가 화제전환을 시도하다가 딱 걸리자 정준하가 마무리를 하는데 결국은 알래스카팀을 인정하면서 끝난다.

두번째 안건이었던 하하 투입 득인가? 실인가?
시작은 박명수의 비난에 이은 정형돈, 길의 동조로 분위기기 고조되지만 정준하의 발언으로 자신에게 총구를 겨눌뻔 했다. MC인 유재석의 정리로 가까스로 원래 안건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흥분한 정형돈의 발언으로 분위기는 실이라는 쪽으로 흘러가는 듯 하지만 결론은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세번째 안건이었던 프로레슬링 무엇을 남겼나.
프로레슬링편의 최대 수혜자(?)인 정준하와 정형돈이 자신감있게 발언을 시작하지만, 노홍철의 눈빛과 발언 하나로 급반전된다.
그러다가 최근 기사화되었던 콜롬비아 촬영사실여부 확인까지 이어지고 그것에 대한 제작진의 " 조만간 큰~ 대책 알려지리죠!"라는 궁서체가 뜬다.(이것은 콜롬비아가는게 더 편할 것이라는 말이겠죠?)

네번째 연습실문제.
이번 방송에서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박명수의 불만에 정형돈이 맞장구 친다.
이 안건 역시 제 무덤을 판 박명수의 무한이기주의 발언에 이은 길과 유재석이 던진 화장실 사용문제로까지 비하된다. 정형돈의 날치기 통과발언과 자막은 이젠 놀랍지도 않은 세태풍자이다.

이어서 100명의 무한도전 옴부즈맨이 조사한 토요일 6시 30분 ~ 8시 시청자 분포 분석이 나온다.
이 부분은 무한도전 제작진이라고 밝히지 않고 조사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의견이 나올만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던 2부 2011년 무한도전을 말하다.
예전 무한도전 CP, 가끔 본다는 10대 가수, 10아시아 편집장, 박명수와 친한 현재 일밤,세바퀴작가, 무한도전 열혈팬 20대 아이돌 가수, 무한도전이라서 무조건 나왔다는 만화가.
이렇게 각계의 무한도전 팬(?)들을 모시고 펼쳐진 솔직하면서 날카로웠던 칭찬과 비판의 시간.(팬이라고 표현한 건 무한도전을 즐겨 보지 않았거나 애정이 없다면 토론에 참여하기도 힘들 것이다.)
이이유의 좋은날로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본격적인 의견을 듣는 시간에는 너무나 솔직한 말들에 멤버들이 당황하기 사작한다.
시작부터 강하게 시작하는 피디와 작가의 발언에 술렁이지만, 솔직하고 날카로웠던 아이유의 발언(아이유 닐슨이라 표현할만큼 시청률분석에 관한 발언은 인상적이었다.), 기자입장에서 본 각 부문별 최고 에피소드 발언에 이은 잘한 멤버들에 대한 칭찬이 이어진다.
김성원 작가의 하하투입에 대한 생각과 나비효과편에 대한 극찬에 이은 정형돈에게 공격을 했다가 본의 아니게 하게된 사과발언, 박명수에 대한 폭로 예고발언까지 앞으로의 발언이 기대되는 다크호스중 하나였다.
박명수의 팬인(라디오스타에서도 김구라와 박명수의 팬이라고 밝힌바 있다.) 김희철이 거의 유일하게 박명수를 옹호하고 응원하는 발언들을 한다.

2010년 무한도전의 가장 큰 변화라는 공통질문에 만화가 강풀씨의 발언은 본인 생각과 상당히 유사했다.
스케일과 도전의 크기는 커지고 힘든 일도 잘했지만, 초창기 아마추어같았던 어설픔이 그립기도 하다는 말이 그것이다.
이 발언에 김성원작가는 반대 발언인 앞으로도 계속 그런 도전들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방송국의 입장을 대변한 발언 역시 일리있는 말이었고, 무한도전 멤버들 역시 당황해 하고 투정도 부리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기도 한다.
그에 대한 노홍철의 직설적인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미친 짓도 이어지지 않으면 정말 미친 것이거든요."
이어진 아이유의 천진난만한 길의 오줌사건에 대한 질문은 정형돈의 개그(?)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길의 주눅들어 있는 모습에 대한 아이유의 질문에 길의 솔직한 마음도 들을 수 있다.(나부터도 길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고, 지금도 부정적인 쪽에 가깝지만 이해되는 부분도 있는 말이었다.)
여운혁 피디의 유재석, 강호동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 같냐는 질문에 유재석은 오래하고 싶다고 말문을 여는데, 그것이 1인자로 오래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같이 오래하고 싶다고 한다.
박명수에게 던진 김희철의 나쁜 캐릭터에 대한 회의는 없냐는 질문에 나온 박명수의 대답. "없는데요."
역시 박명수답다.(김희철의 당황하면서도 좋아하는 표정에서 팬임이 확실히 드러난다.)

김성원 작가의 이어진 폭로에 울컥한 박명수가 사방이 적이다라고 했지만 그것이 지금의 박명수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끝으로 무한도전에 바라는 점.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듯한 모습에 앞으로는 조금은 편하게 가도 될것 같다는 얘기.
무한도전은 항상 위기다라면서 누군가 만들어 놓은 지름길이 아니라 자신들이 길을 만들어 간다는 얘기.
진짜 위기인 프로그램은 위기라고 말하지 않고, 자신감이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라는 얘기.
때론 재미없고 어설퍼도 다음을 기다려줄 용의가 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은 비판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얘기까지.
누구하나 할 것 없이 애정이 묻어나는 얘기들이었다.(KBS PD의 전화 연결은 의외였지만 묘한 신경전과 교과서적인 답변이었던것 같다.)
그리고 한 논객의 마무리 질문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며 마무리되었다.(손석희씨가 진행할 때 100분토론에서도 가끔 그런 논객들이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이번 방송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지난 연예대상 투표수 조작논란에 대한 제작진의 반박이었다.
박명수의 출연료 인상 논란에 대한 하하의 떼쓰기(?)에 뼈있는 제작진의 자막.
무한도전팬들이 밝혀낸 투표자 연령별 분포가 나온 것을 보았다.(물론 어느 정도 오차는 있겠지만)

과연 어느 예능 프로그램이 위기라고 말하고 그것을 인정하기도 하며 반성하는 방송을 내보내겠는가?
재미없는 사람은 계속 안보면 되는 것이지 왜들 그렇게 안되길 바라는지 모르겠다.

부러우면 부럽다고 솔직하게 말하던지.

사족: 역시 말로 하는 컨셉에는 노홍철과 박명수가 두각을 나타내는 반면 길과 정준하는 아쉬운 점이 부각되기도 하는것 같다.

정형돈의 최우수상 거부발언이 100%리얼인지는 모르겠으나, 타 방송사 출신인 정형돈이 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로 감사해 하는 모습은 진심으로 보였다.

아이유와 김희철은 스케쥴때문인지 먼저 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약간 아쉬웠다.(중간중간 풀샷에서 자리가 비어 있었던 것을 다시 보면서 발견했다. 특히 전화연결 시작부분에선 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