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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라디오스타 - 게스트 조합은 예전 라다오스타다웠다.

개인적인 생각이며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지난 글에서 라디오스타(이하 라스)의 게스트 섭외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을 했었는데, 오랫만에 라스에 걸맞는 조합의 게스트가 나왔다.

드라마를 거의 안보는 편이라 윤박과 전소민, 두 사람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처음 봤고 슬리피와 정상훈은 임팩트있는 예능 활약상이 있었기에 제작진도 이 두사람에게 웃음을 기대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시청한 뒤 생각은 정반대였다. 윤박과 전소민의 엉뚱한 대답이 엠씨들을 당황하게도, 웃게도 만들었으며 다른 시청자들(블로거들이나 댓글 반응)의 반응도 전소민의 귀여운 모습에 즐거워한 모습이다.



반면 누가봐도 웃음을 위해 섭외한 정상훈에게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충분히 볼수 있고, 봐온 가짜 중국어를 집요하게 시켰다. 웃음은 뮤지컬 공연 중 일어난 라미네이트 실종 사건에서 나왔고, 노래 이후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도 했다.

슬리피는 잔잔하다가 본인과 다른 래퍼들을 분석했다는 대답이 의외의 웃음과 뼈가 있는 직설로 존재감을 보였다.(김구라가 너무 남탓한다며 구시렁댔지만, 생각해 보면 일리있는 대답이었다.)


해피투게더에서 의도치 않게 공개된 여자친구가 지금은 헤어졌다는 윤박의 입담은 데뷔 10년은 넘은 듯한 자연스러움을 보여 주었다. 엠씨들의 질문에 바로 바로 대답이 나오고, 기회가 생기면 스스로 치고 들어갈 줄도 안다.

마녀사냥에서 처음 본 전소민은 그 당시에도 신동엽으로 부터 던지는 족족 걸리는 물고기 같다며 거침없는 대답에 즐거워 하던 기억이 난다.

이번 라스에서도 공개연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댓글에 대처하는 자세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특히 윤박의 삼행시 실패(?)를 귀여운 "라악~~~"으로 빵 터뜨렸으며, 자석인간을 보고 자신도 그렇게 되는 걸 알았다며 동전과 수저를 얼굴에 붙였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되자 입술과 턱밑에 끼우는 걸로 만회했다.

분명 웃기려고 말하는게 아닌데 여배우답지 않은 솔직함과 귀여움으로 김구라의 호감을 더욱 증폭시켰으며, 나를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의 광대를 승천시켰다.


이제부터는 이번 방송과 상관없는 얘기인데, 개인적으로 리즈시절이라 생각하는 신정환이 있던 때의 라스나 신정환 방송분을 편집해서 올리는 유튜브 클립을 즐겨 보는 편이다.

그걸 보면서 느꼈던게 신정환의 그런 드립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그의 방송에 나왔던 게스트들 중 그의 그런 독특한 드립에 웃던 게스트들이 공통적으로 보였던 반응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였는데, 이한위가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살기 때문인 것 같다며 본인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자리도 신정환 옆자리였던 그는 신정환의 특이한 드립때 마다 손을 잡으며 부럽다를 연발하기도 했다.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요즘 라스의 김구라를 보면 신정환같이 생각없는(?) 드립이 많이 늘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신정환의 드립은 웃긴 경우가 많은데, 김구라는 엠씨나 게스트로 부터 핀잔을 들을때가 많다는 것이다.

신정환의 개그가 강자에겐 강하게, 약자에겐 약하게 던지는 드립이 많았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의 거부감이 덜한 반면, 김구라의 개그는 반대적인 성향이 좀더 강하다. 예전엔 나오는 게스트마다 독설을 가리지 않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는 강한 사람에겐 약하게, 약한 사람에겐 강하게 하는 멘트가 많아졌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하게 게스트가 반격(?)하면 당황하면서 얼버무리고 만다.(신정환이 옆에 있었을 때에는 김구라의 강한 멘트를 중화시켜 주면서 웃음을 만들어 냈지만 지금의 조합에서는 본인이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심한듯 하다.) 

그래서인지 한 블로그 글에서는 김구라의 진행에 대해 불편함을 넘어서 불쾌감을 느낀다고 까지 했다.


요즘 잘 나가는 집밥 백선생에서는 자신의 롤을 망각하고 과도한 오지랖을 보일때가 있는데, 첫회에선 처음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수 있어도 회가 거듭되는데도 별로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자꾸 진행을 하려거나 아는 척을 한다. 프로그램 제목이 집밥 "백선생"이고, 프로그램 컨셉이 요리 무식자들이 집에서 한끼 만들어 먹을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 좀 오버해서 말하자면 월권행위를 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백선생을 보는 이유가 재미도 있겠지만 따라해 먹고 싶다는 이유도 클 것이다. 그런데 백종원의 진행에 제동을 걸거나 미리 말해 버리면, 백종원도 시청자도 맥이 빠진다.(방송중에 백종원의 허탈해 하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왜 재밌게 봤다면서 이렇게 길게 김구라에 대한 비판 글을 쓰느냐 하면, 나 역시도 그의 방송을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날때가 많다.(그러면 누군가는 그럼 안보면 되지 라고 하겠지만 재밌게 보던 방송을 그 하나때문에 안보는 것도 이상한 것이다.)

이전 글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글을 썼지만 라스에서만은 김구라 본인이 탑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웃음을 만드는 능력에 한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라스에서 나오는 웃음은 윤종신의 주워먹기나 의외의 게스트들에게서 나오는 신선한 멘트들이다.

목소리를 크게 하거나 속물적인 질문을 시원하게 한다고 해서 웃기던 때는 지났다.

토크쇼가 힘을 못 쓰고 있는 요즘, 오래된 토크쇼들의 진부한 방식의 진행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리얼을 넘어 다큐를 방불케 하는 자연스러움이나 진정성이 요구되는 요즘, 틀에 박힌 포맷에 예상 가능한 드립으로 웃음을 주기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


사족: 신정환의 예전 방송을 보고 있으면 그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 더욱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남의 연애에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 본인이 공개연애가 좋아서 그렇게 하겠다는데 그게 욕 먹을 일인가?

하긴 그러니까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처음도 로맨스, 중간도, 끝도 로맨스지만 인기를 얻는 거겠지.


먹방을 지나 쿡방이 대세가 된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피로감이 몰려 온다.

여기도 셰프 저기도 셰프.